육각형 인간 :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기 어려운 이유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육각형 인간이다. 육각형 인간은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완벽한 사람과 결혼하려면 스스로도 완벽해져야 한다. 소득을 높이고 외모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또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투자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자신과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결혼율을 낮추는지 분석해 보겠다. 물론, 이 글의 내용은 전적으로 나의 뇌피셜이다.

육각형 인간 뜻

육각형 인간은 외모, 성격, 자산, 직업, 집안 등 결혼 배우자로서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요즘은 팔각형, 십각형도 있다. 조건 자체는 6개가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육각형은 ‘완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한국 사회는 등급을 나누고 줄을 세우는 등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삶(성공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경향이 있다. 완벽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완벽주의 사회의 부작용이다.

상대방의 조건: 육각형 인간 자체가 거의 없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할 때 6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배우자를 찾는다고 하면, 사실상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육각형 인간의 신화를 믿으면 결혼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육각형 인간이 없기 때문이다. 있어봤자 대한민국 상위 1% 정도일 것이다.

물론 드라마나 SNS로부터 완벽한 척하는 인간으로부터 상당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육각형 인간에 대한 환상을 버리기 어렵다.

마이데몬
출처: 마이데몬(SBS)

SBS 드라마 <마이 데몬>을 보면 여자는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20대란 어린 나이에 회사를 경영하는 능력 있는 CEO다. 그런 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악마다.

여자들의 허영심을 채우려는 드라마나 자기 과시를 하려고 올린 인스타 게시물 자체는 선동의 목적은 없겠지만, 이런 콘텐츠들로부터 여러 사람이 영향을 받다 보면 알게 모르게 젊은 나이에 성공해서 돈도 많아야 하고 외모도 잘 관리해야 사랑 받을 수 있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갖게 된다.

나의 조건: 나도 육각형이어야 한다.

내가 결혼 시장에 뛰어들 때쯤부터 연애 유튜버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로 조건을 따져 결혼하는 비즈니스 웨딩 사고방식으로는 좋은 사람이란,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므로 나도 완벽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로 재해석된다.

육각형 인간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요즘 사람

완벽한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내가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

조건이 완벽한 사람은 극소수다. 그러므로 사랑을 받고 싶다면 자기 조건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인생을 갈아 넣어야 한다. 대학원은 기본이고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며, 집을 살 정도로 자산은 모여 있어야 하며 평일에는 매일 운동해야 하며 클래식 음악을 듣는 취미 정도는 있어야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함정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키는 유전적 요인으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키높이 신발을 신을 수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한계가 있다. 또 부모님 노후 준비는 사실 부모님이 했어야 할 숙제인데 부모님 세대에는 자신을 희생해서 자녀를 키우는 것이 당시 사회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었다. 부모님이 가난한 이유는 나를 낳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의 점수 계산법

육각형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는 여자의 사고방식에서 나왔다. 여자는 남자를 다양한 조건으로 입체적으로 평가해서 종합 점수를 내린다. 반면 남자는 외모와 나이, 또는 자기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같은 한 가지 이유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물론 남자의 입장에서 결혼할 상대는 성격도 좋고 똑똑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여자의 학벌이나 자산, 집안을 따지는 경우는 크게 없다.

육각형 인간이 여성의 사고방식에서 파생된 개념이 보니 우리가 접하는 육각형 인간의 조건에는 ‘나이’가 빠져있다. 여자들은 나이가 어려 보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예뻐도 나이가 많으면 임신의 문제 때문에 결혼을 고민하기 때문에 새로운 카테고리로 봐야 한다.

이러한 남녀 차이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는 점수와 상대방에게 주는 점수의 차이가 생겨 결혼 시장에서는 미스매치가 자주 일어나게 된다.

소개팅에 나가보면 여자들은 학벌과 직업, 외모 관리도 잘했지만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30대 중후반도 소개팅에서 만난 적 있다. 자신의 육각형 인간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남자 입장에서는 어린 나이의 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매치가 잘 안된다.

현실적으로 결혼에 성공하려면 눈을 낮춰야 하는데, 눈을 낮추자니 지금까지 육각형 조건을 만드는데 쏟은 시간과 돈은 매몰된다. 내가 노력해서 조건을 갖췄는데 나보다 노력하지 않아 조건이 낮은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손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여자는 비혼 코스를, 남자는 국제 결혼 코스를 가게 된다.

육각형 인간을 만나 결혼에 성공해도

설령 육각형 인간을 만나든, 눈을 낮추든 결혼에 성공해도 결혼이 끝이 아니다. 그다음에는 육아 문제로 싸우게 되고, 잠자리 횟수 등 각종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건만 따지던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했을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한다고 본다.

내 나이 또래 9080세대는 망해서 결혼율이 50% 이하로 줄어드는데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본 다음 세대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조건도 중요하지만 결혼 생활이 지속 가능한지 고려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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