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공부법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나의 본업은 컴퓨터 강사다.
원래는 애프터 이펙트를 가르쳤는데, 최근에는 유튜브 덕분에 영상 편집을 배우려는 수요가 늘어 프리미어 프로를 가르치고 있다. 사람들이 영상 편집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생각보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마라톤 경기에 나가면 힘든 것처럼, 컴퓨터를 전혀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컴퓨터를 배우려고 하면 굉장히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하루 이틀 수업을 듣다 포기한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몇 자 적어본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컴퓨터 능력
특정 프로그램을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컴퓨터 조작 능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컴퓨터 조작에 적응하면서 프로그램도 배워야 하므로 버거워진다. 당연히 힘들다.
컴퓨터는 일단 키보드를 외우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때 제일 많이 하는 것이 타자 연습이다.
컴퓨터 배우는 순서
- 컴퓨터 조작: 키보드 조작, 컴퓨터 기초
- 문서 프로그램: 한글, 워드
- 컴퓨터 활용 프로그램: 엑셀, 파워 포인트, 캐드
-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일러스트
-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
- 3D 프로그램: 블렌더, C4D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배우는 목적이 따로 있고 가장 빠른 길로 가고 싶다는 건 알지만, 교육의 관점에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레벨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컴퓨터와 프로그램
당연하지만, 컴퓨터도 없고 프로그램도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연습할 수가 없다.
컴퓨터 공부를 할 때는 이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배우려면 프로그램도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200만 원하는 컴퓨터를 사기엔 무리가 있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교육의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없이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노트북 대여라도 해서 수업을 듣는 게 좋다.
그리고 가끔 40대 이상의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돈 주고 사용하는 걸 아까워하는데, 요즘은 옛날처럼 불법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어려운 시대다. 방법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어렵고 오류가 많아 이런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휴대폰 요금도 월 5만 원 이상 내면서 컴퓨터를 배우는 동안 월 2~3만 원 쓰기 싫은 마음이라면 컴퓨터는 안 배우는 게 좋다.
배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돈 쓰는 일이 세상 제일 쉽다.
컴퓨터 연습할 시간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 컴퓨터가 있어도 연습할 시간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컴퓨터를 배울 때는 컴퓨터를 연습할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저녁반 수업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일을 끝내고 수업을 듣는 건 건설적인 계획이지만, 저녁에 수업을 듣고 집에 가면 사실상 밤 10~11시가 된다(서울에 산다면). 주말에는 친구도 만나고 쉬어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한 시간은 항상 없다. 안타깝지만 시간이 없으면 컴퓨터를 배우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컴퓨터를 연습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
정리하자면, 컴퓨터가 있고 연습할 여유 시간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에 맞는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럼 회사를 그만두고 배워야 하나요?
나는 수업 첫날 학생들에게 컴퓨터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데, 한 날은 한 학생이 “그럼 회사를 그만두고 배워야 하나요?”라고 되물은 적이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라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선 돈과 시간의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배우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는 학원 다닐 수 있을 정도는 저축해 놔야 한다. 그래야 일하지 않을 때 배우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꼭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배우기 위해 투자할 돈과 시간이 없다면 현재의 삶을 바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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