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줄거리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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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플라이스(Splice, 2009)를 본 사람들은 역겨운 영화라고 말한다. 그런 반응은 이해가 간다. 나도 입에 벌레가 들어간 것 같은 찝찝한 느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숙련된 개그맨이 어떤 말을 하면 사람을 웃길 수 있는지 아는 것처럼 스플라이스 감독 빈세조 나탈리(Vincenzo Natali)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혐오감을 느낄지 정확하게 파악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글은 스플라이스 영화 줄거리와 결말, 관람평에 대한 글이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영화를 먼저 관람 후 읽어주길 바란다.
스플라이스 정보 예고편
- 개봉: 2010.07.01
- 장르: SF, 스릴러, 공포
- 국가: 캐나다, 프랑스, 미국
- 감독: 빈센조 나탈리(Vincenzo Natali)
- 주연: 애드리안 브로디(Adrien Brody), 사라 폴리(Sarah Polley), 델핀 차뉵(Delphine Chaneac)
- 러닝타임: 103분
- 관객수: 16만명
- 네이버 평점: 6.17
스플라이스 줄거리
인간이 창조한 생물
영화 스플라이스를 이해하라면 진저와 프레드를 주목해야 한다. 진저와 프레드는 여러 종의 DNA를 혼합해 만든 생물로 이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암시한다. 영화는 수컷 프레드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프레드가 태어나자 먼저 만들어졌던 암컷 진저를 만나게 하는 데 둘은 보자마자 사랑을 나눈다.
영화 중간에 진저에게서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있다는 대사가 스치듯이 잠깐 나온다. 이는 성전환을 암시하는 대사다. 그 뒤 사람들 앞에 인간이 창조한 생물을 보여주면서 진저와 프레드를 아담과 이브로 소개하지만 사실 이때 진저는 이미 수컷이 된 상태다.
자연에서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경쟁자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몸싸움은 기본이고 상대방을 죽여 암컷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수컷인 진저와 프레드는 사랑을 나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서로 죽여야 할 경쟁자로 바뀐 상황이므로 서로 가시를 드러내 공격하다 서로 죽게 되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첫째, 인간이 창조한 생물의 특징은 성전환을 한다.
둘째, 동성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진저와 프레드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위 2가지다. 이 특징은 영화의 주인공인 과학자 부부 클리브 니콜리(Adrien Brody, 에드리언 브로디)와 엘사 캐스트(Sarah Polley, 사라 폴리)가 창조한 생명 드렌에게서도 나타난다.
성전환이 되는 생물은 터무니없이 들리겠지만, 자연계에서는 성전환을 하는 생물도 존재한다.
드렌의 탄생
과학자 부부인 클리브와 엘사는 여러 종의 DNA를 결합한 혼합 생명체에 인간의 DNA를 넣은 생물을 만들면 인간의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회사는 이 실험을 허락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클리브와 엘사는 회사 몰래 인간의 DNA를 혼합한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생명체가 드렌이다.
클리브와 엘사는 표면적으로는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호기심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서 인간복제라는 금기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인간을 복제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DNA가 ‘일부’ 섞여 있는 생명체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클리브와 엘사는 금기를 범한 것인가? 아닌가? 이때부터 금기가 얼마나 애매한지 드러난다.
엘사는 실험을 통해 탄생한 드렌을 아이처럼 생각하고 보살피지만 클리브는 실험체로 생각한다. 이러한 가족 같은 분위기 연출은 뒤에 등장할 역겨움을 위한 빌드업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드렌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는 점이다.
엘사와 드렌의 관계
“왜냐하면 임신은 내가 하는 거니까”
“더 나빠질 것도 없잖아”
영화 초반부에 클리브와 엘사는 아이 문제로 가볍게 다툰다. 클리브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엘사는 ‘임신은 내가 하는 것’이라는 핑계로 거부한다. 클리브는 ‘더 나빠질 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엘사가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신 집안 내력을 살펴보시지!”
엘사가 드렌을 만들 때 사용한 인간의 DNA는 바로 자신의 DNA다. 클리브가 이를 비난하며 한 대사가 “당신 집안 내력을 살펴보시지!”다.
영화에서 자세히 알려주진 않지만, 엘사의 엄마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엘사는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엘사가 아이를 낳기 꺼린 이유는 자신도 엄마처럼 아이를 학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엘사는 자신의 DNA를 복제하여 자신의 양육 태도를 실험해 본 것이다. 이 또한 양육을 실험해 본다는 금기를 범한다.
처음에는 엘사는 드렌을 딸처럼 대했지만, 드렌이 빠르게 성장하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결국 드렌은 엘사를 위협하고 위협당한 엘사는 태도를 바꿔 드렌을 자신의 딸이 아닌 실험체로 대하면서 드렌의 옷을 찢고 수치심을 주는 등 학대를 일삼는다.
클리브와 드렌의 관계
한편 클리브는 반항기에 접어든 드렌과 드렌을 억압하려는 엘사를 중재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드렌이 날개를 펼치면서 도망치려고 할 때 클리브는 사랑한다는 말로 드렌을 붙잡게 되고 드렌은 클리브에 안긴다. 이제 드렌에게 클리브는 짝짓기 대상이 된 것이다.
엘사가 없는 틈을 타 드렌은 클리브를 유혹하고 클리브와 드렌은 관계를 맺는다. 금기는 여기서 또 등장한다. 영화는 처음에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에 클리브와 드렌의 관계는 근친상간처럼 느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드렌은 가족인가? 실험체인가? 이 또한 금기의 애매한 부분이다.
스플라이스 결말
영화의 초반에는 드렌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마지막에 드렌은 그저 본능을 따르는 동물에 가깝다. 특히 수술비 없이 남자로 성전환한 드렌은 동물로 가진 번식 욕구를 풀기 위해 엘사를 범해버린다. 클리브와 드렌의 관계는 암시가 나왔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엘사와 드렌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너 안에 들어간다!”
드렌은 자신의 짝짓기를 방해하려는 클리브를 죽여버린다. 앞서 말했듯 야생에서 수컷끼리의 경쟁은 흔한 일이다. 서로 죽이는 일도 빈번하다. 드렌의 행동은 인간 사회에서 처벌받아 마땅하다. 드렌이 인간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드렌이 동물이라면? 인간을 죽이는 것이 범죄가 될까?
금기란 이토록 애매한 것이다.
스플라이스 관람평
★ 10.0 / 10.0
앞으로도 없을, 놀랍도록 역겨운 영화!
마지막에 엘사는 드렌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또 실험을 반복하기로 결정한다. “어차피 더 나빠질 것도 없잖아요”라는 말을 남기며,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런 일을 겪고도 또 다시 금기를 범하는 엘사의 선택이 난 더 놀라웠다. 이렇게 찝찝함을 남긴 영화는 예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금기란 애매한 경계선에서 인간이 느끼는 혼란을 잘 표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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